역시 '추격자'를 본 사람이라면 사이코 패스 범인을 쫓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을 '거북이 달린다'에서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거북이 달린다' 같은 기대를 하며 영화를 보러 들어갔었다.




1. 대한민국 가장의 무거운 어깨

영화속 필성이라는 형사는 정말 고개만 돌리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옆집 아저씨처럼 푸근한 두 딸을 가진 아버지이다. 여느 집과 마친가지로 돈 못벌어 온다는 아내의 바가지를 견디며 직장에서는 눈에 불을 키고 일하기 보다는 누구 보다 빨리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외근을 즐기는 그런 아저씨!!
하지만 이런 필성도 대한민국의 가장의 한명이라는 이름하에 늘 아내에게 미안하고 다른 아버지들 보다 잘해주지 못하는 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추격자'와 같은 스릴, 긴박감 따위란 전혀 없다. 단지 한 가장으로 아내와 두 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한 한 남자의 처절한 몸부림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때로는 코믹스럽게 포장되어 보여지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슴이 착찹하기만 하다.




2. 수배자 현상금 1억에 집착하는 필성?

현상 수배자로 나오는 송기태의 현상금은 1억원, 게다가 잡기만 하면 2계급 특진이라는 옵션까지 붙게 되는 아주 고마운 녀석이다. 물론 무장경관 5명을 한숨에 제압해버리는 신과 같은 격투술을 가진 그를 잡는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매일 능력없는 가장으로 구박만 받던 필성에게 기태는 아주 구미가 당기는 물건인 것이다. 하지만 송기태 앞에서 번번히 얻어 터지기만 하는 필성. 결국 형사라는 직업도 잃게 되고 세상사람들은 필성을 공을 세우기 위해 눈이 먼 그런 남자로 치부해 버린다.

이때부터 필성은 송기태에게 끊임없이 집착하게 된다. 이제는 단순히 현상금을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자존심, 가족들의 자존심을 위한 싸움인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가장이라는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자존심을 돌려 받기 위해서 필성은 죽기전까지 기태와 싸워 이겨야 되는 것이다.





3. 웃기지만 처절한 모습

송기태를 잡기위한 필성의 발버둥은 보기에는 정말 코믹하게 그려진다. 완벽하게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역으로 미친듯이 두둘겨 맞는 필성 때로는 정말로 목숨이 위험할뻔했던 상황도 우리에게는 역설적으로 웃음을 준다. 아무생각 없이 보면서 그냥 웃게 되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한가장이 가정을 지키기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이었을런지 모른다. 이런 상황이 한편으로는 가슴아프고 착찹하기만 하다.



 

4. '거북이 달린다'는 범죄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가족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더 어울릴것 같다. 허구언날 바가지만 긁고 구박만 하지만 사랑스런 아내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토끼 같은 자식을 가장이라는 무거운 이름 하나로 꿋꿋하게 지켜나가야 되는 불굴의 의지가 느껴지는 휴먼 드라마 같은 영화이다. 마지막 딸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딸이 다니는 학교에 경찰 제복을 입고 당당하게 들어오는 필성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때로는 모질고 독하고 힘들어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가족이 있다면 그 어떤 고난도 견뎌 낼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그런 힘든시간 조차도 감사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이런것이 아닐까? 필성에게서 다시 한번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Posted by K.나미 트랙백 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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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쥔님 2009.06.18 22:42

    대한민국 가장으로서의 찌질이 형사 김윤식의 연기는 일품이엇지요.
    소소한 유머아 시골 사람들의 일상은 잔 배미를 주지만,
    역시 약간 느릿한 초반 전개와 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좀 아쉬웟습니다.
    신인감독의 작품치고는 짜임새가 있었지만 역시 ;추격자'의 김윤식이라
    그런 면을 기대한 분이라면 많이 아쉬울 듯.....

  2. addr | edit/del | reply 윤태 2009.07.18 18:02 신고

    다음 영화동호회때 꼭 볼게요 ^^